10. 4. 13.

'6.2지방선거 20대가 뛴다' 기사를 보고

'6.2지방선거 20대가 뛴다' 기사를 보고


지난 4월11일에 21개 대학 총학생회와 원불교대학생전국연합회,대학YMCA 등 종교,시민단체 대학생 모임들이 참여하여 대학생유권자연대'2U'(20대 대학생의 이유있는 목소리)를 출범시켰다고 합니다. 이들의 조직 목적이 '사회적 약자로 전락한 대학생의 이름을 회복하고 행복한 대학생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랍니다. 그리고 '대학 등록금 인하와 청년실업을 해소할 현실적 정책을 공약화하는 후보에게 투표하고 공약 실행 정도를 평가하겠다'고 합니다. 저조한 대학생의 투표참여율을 높여서(현재의 30%선에서 88%까지) 투표를 통해 20대의 정치적인 힘을 보이거나 또는 직업 출마도 한다고 하니 기대가 됩니다.

기존 기성세대는 대학생들을 '조용히 있으니까 너무 만만히 봤지요?'

 

군사독재시절에 학생운동은 체제를 부정하는데까지 흘렀지요. 이제는 누군가 지금의 체제를 부정하여 이땅에 새로운 이념을 이식하려고는 하지 않습니다. 자유민주주의의 이념 안에서 사회를 보다 더 평등하고 합리적으로 발전시키려고 합니다. '투표를 통해서 정치적인 힘'을 보이겠다는 주장에서 잘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듭니다. 왜 반가운 것인지, 왜 기대가 되는 것인지.... 대학생들의 적극적 투표참여는 어찌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선거의 중요함 때문에서도 그렇고 사회의 동량이 될 젊은 지성들이 정치적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지금이라도 대학생들이 자신들과 관계된 문제에서 정치적 의사 결정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데 응원을 보냅니다.

 

몇가지 염려되는 것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대학생들의 이러한 정치세력화의 움직임이 대학생들만의 전유물이 되면 어쩌나 하는 우려입니다. 청년실업문제나 비정규직문제는 '20대 대학생'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20대 전체'의 문제입니다. 대학생들의 지금의 출발이 20대 전체를 아우르는 20대에 대한 담론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대학생만이 사회적 약자로 전락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대학생이 아닌 20대가 더 약자일 수 있습니다.

 

또한 대학생들의 정치세력화가 20대들의 세력화로 이어진다고 해도 20대라는 한 세대의 문제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한 세대를 대변하고 이를 세력화함이 특정 세대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기존의 세대론에 머무르고 맙니다. <키보드 워리어 전투일지>의 저자 한윤형씨(27세)가 "386이 문제다 20대가 문제다 하는 식의 세대간 투쟁이라는 허구적 틀에 갖히지 말아야 한다. 개인의 삶이 정치와 연결되는 경험이 중요하다" 라고 말한 것은 이런 의미에서 안심이 됩니다.

 

하지만 개인의 삶이 정치와 연결되는 경험에서 한 발 더 나아가면 어떨까요?  사회 전반적 문제 인식으로 이어질 것이라 봅니다. 88만원 세대의 청년실업의 문제나 청년 비정규직 문제는 사회 전체적인 관점에서 연결되어 있는 문제이지 비단 20대만에 한정되어 발생된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문제의 근원을 밝히려 한다면 신자유주의가 나오고 뉴라이트가 나오고 보수주의가 나오고 경제정책이 나오고 MB정권, 집권세력, 정치철학 등등이 나올 것입니다. 대학생들의 지금의 출발이 결국 20대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문제에 대한 담론이 되어야 합니다.

 

대학생들은 유권자연대의 목적이 '행복한 대학생으로 살아가기 위해...'라고 합니다. 그러나 등록금이 반값이 되고 실업문제가 크게 해소되고 비정규직이 없어지면 대학생들은 행복해질까요?

 

어느 때부터인가 대학생들은 사회문제의식보다는 취업에 목을 메야 했습니다. 자신들의 스펙을 키우기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야 했습니다. 대학은 진리와 정의를 추구하는 학문의 장으로서가 아니라 취업을 위한, 스펙을 키우기 위한 장으로 전락했습니다. 이것은 대학만의 문제로 치환할 수 없는 사회문제입니다. 얼마전 고려대의 김예슬 학생은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정면으로 거부한다며 학교에 자퇴서를 냈습니다. 용기있게 행동한 김예슬 학생의 의로운 외침은 사회에 적잖은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학생들이 제시한 문제에는 김예슬 학생이 외친 문제인식의 심층과는 맥이 다른 것 같습니다. 단순히 보도기사만 봐서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작금의 대학의 현실에 대한 진지한 담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실업 문제가 해결이 안되도, 등록금이 반값이 안되어도,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이 안되어도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의 장인 대학이 본래의 모습을 갖추어 가면 그 안의 학생들은 불행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모든 대학생이 김예슬 학생처럼 반기를 들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김예슬 학생이 제기한 문제의식을 공유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지금 언급했던 것들은 염려라기 보다는 바램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대학생들의 정치세력화에 거는 기대는 큼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