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5. 20.

'화려한 휴가'를 보며

5월 18일 저녁에 곰플레이어의 무료영화 코너에서 모처럼 '화려한 휴가'를 봤다. 예전에 영화관에서 봤었으나 몇해가 흐르니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때는 대통령도 노무현이었다. 지금은 이명박씨가 대통령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의 권력 이동은 많은 부정적 변화를 초래했다. 그래서인지 지금 '화려한 휴가'를 보며 예전에 느꼈던 광주항쟁의 아픔과는 다른 느낌을 받는다.

 

 

광주항쟁에서 피가 흘려진 원인을 제공한 자들은(전두환 일당이라고 하겠다) 아직도 버젓이 활개치고 살고 있다. 광주항쟁과 여러측면에서 깊은 관계가 있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전두환 일당을 용서해 주었으니 크게 문제 삼고 싶지는 않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광주에서의 아픔을 잊어서가 아니라 이 나라의 미래를 더 크게 생각했을 것이다. 분열과 대립의 역사를 지나 융합과 상생의 역사를 시작하려고 전두환 일당을 용서했을 것이다. 광주의 시민뿐 아니라 이 사회의 많은 시민들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뜻을 이해했기에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 그 시점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결정이 옳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2010년 현재 전두환 일당을 용서해준 것을 잘한 결정이라고, 이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합목적적으로 내린 결정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전두환 일당이 단지 건재해서 그런가?  아니다. 그들이 버젓이 잘 살고 있는 것은 용서할 때 예상된 부분이다. 그들이 지금 건재해서가 아니라 전두환 일당으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세력인 현재의 집권세력은 전혀 반성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반성은 커녕 전두환 정권과 그 이전의 박정희 군사정권, 이승만 부패정권의 작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화려한 휴가'에서 주인공들의 가슴 아픈 이별이 슬픈 것이 아니라 광주에서의 위대한 민중의 항쟁이 기념식 한번으로 희석되어가는 것이 슬프고,  현재의 집권세력이 광주 항쟁을 야기시킨 세력들과 거의 동일해져가는 지금의 현실이 슬프고,  국민의 오랜 염원으로 이룩되었던 이땅의 민주주의의 토대들이 하나씩 하나씩 사라져 가는 것이 슬픈 것이다.  광주항쟁의 또 하나의 원인인 미국을 지금 이땅의 국민들은 아직도 바로 알지 못하는 것같아 슬프기도 하다.

 

 

광주항쟁 30주년이지만 이땅은 아직도 광주항쟁의 의미가 아로새겨지지 않은 것 같아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