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3. 21.

서방의 리비아공격이 과연 리비아 민중만을 위하는 것일까?

독재에 항거하는 자국민에게 무자비하게 피로써 짇누르는 카다피는 분명 잘못된 통치자다.

그가 혁명을 일으키고 오랜 세월 권좌에 있으면서 리비아를 위해 행한 치적은 평가받을 만한 것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존재이유가 된 리비아의 다수 민중이 자신에게 반기를 들고 개혁을 원한다면 응당 응해야 했다. 카다피는 지나치게 오랬동안 독재로 연명하며 자신이 곧 리비아라는 착각을 하는 것 같다.

아무튼 영국,미국,이탈리아,프랑스 등 서방의 강대국들은 유엔 안보리의 결의로 대의명분을 세웠고 바로 카다피를 공격하고 있다. 현재 국제법적으로 정당한 전쟁은 2가지뿐이다. 지역의 안정과 세계 평화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사태에 대해 유엔 안보리가 강제수단의 사용을 결의했을 때와 침략 전쟁에 대한 자기방어의 경우다. 카다피의 공격은 전자의 경우에 해당할 것 같다.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과연 서방의 강대국들은 순수히 지역의 안정과 세계 평화를 위해, 리비아 민중의 안타까운 희생을 막기위해서 무력을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혹시 그들의 무력사용의 저의에는 세계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힘의 논리가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만일 카다피가 급진적인 독자노선을 걷지 않고 친서방정책을 진행했다면 과연 서양의 강대국들은 카다피의 행위에 응징을 가할까?



1980년의 광주를 떠올려 보자. 전두환씨가 친미가 아니라 반미노선을 견지했다면 광주시민들이 그렇게 많이 피를 흘리지 않았을 수도 있다.  미국은 베트남 뿐 아니라 아메리카 대륙의 나라에 반공친미독재정권을 언제나 비호했다. 해당국의 민중의 피는 그들의 국가적 이익보다는 뒷전이었다. 민중들의 분노가 극에 달해서 혁명을 일으키고 독재자는 권좌에서 내쫒김을 당해야 - 그러니까 민중의 많은 피를 흘린 다음에야 미국은 독재정권에 등을 돌렸다. 미국이 먼저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독재정권에 등돌린 적은 없다. 반대로 미국에 비우호적인 정권이 있다면(특히 이슬람쪽의 나라들) 이들은 여하한 수단을 사용하여 그 정권을 없애려 공작을 했다.

미국으로 대변되는 서방의 강대국들이 단지 카다피의 만행에 비분강개하여 세계의 평화를 위해 나서는 것이라면 두손들어 환영할 일이나 러시아나 중국 등이  비판적 자세를 취하는 것을  보면 세계평화나 리비아 국민 보호만이 목적은 아닐 듯 싶다.

아마도 무력을 사용하는 미국이나 서방의 강대국들의 속셈은 향후에 그들에 우호적인 정권이 리비아에 생기길 바랄 것이며 우호적인 정권을 통해 리비아를 그들의 세력범위에 편입시켜 정치적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려 할 것이다. 여기까지는 국제적 관계에서 충분히 이해가능한 국가의 행태이다.

그러나 리비아가 우리나라처럼 미국같은 서방의 나라에 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데 문제가 있다. 오랫동안 독재아래 살아온 민중은 독재자를 축출해도 어느 정도는 정치,사회,경제적인 혼란이 뒤따른다. 그런 혼란 속에 미국같은 서방의 나라는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오게 된다. 정치체제도 경제체제도 사회문화 양식도 서방의 영향을 깊숙히 받게 된다.

사실 러시아나 중국이 서방의 강대국들의 무력사용을 탐탁지 않게 보는 것은 대단한 대의에서 그렇다기보다 선수를 빼앗기는 것에 대한 시샘이다. 모두 같은 놈들일 뿐이다.


리비아 민중의 투쟁이 성공하여 독재자 카다피를 몰아내고 리비아를 진정한 자주 독립국가로 만들길 멀리서나마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