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6. 7.

국민의 과학적 사고능력과 이성을 마비시키는 흑백논리

...악한 것을 악한 것으로, 선한 것을 선한 것으로 그려내는 선전에 이의가 있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일체를  흑과 백, 천사와 악마로 양단해버리는 식의 선전은 거꾸로 우리 국민의 과학적 사고능력과 이성을 마비시킨다. 또 모든 사물에는 가치체계의 차이에 따라 선악의 기준도 다를 수 잇다는 정도의 '자유스러운 사고능력'마저 박탈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와같은 흑.백식 사고방식은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이 사회와 국민 사이에 사고와 가치관의 획일주의의 굴레를 씌우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은 나아가 어느 사회에서나 지배세력의 가치관과 이념만을 유일한 것으로 대중에게 내리 먹이려는 노력에 봉사할 뿐이겠다...
                                                          리영희  <텔레비전의 편견과 반지성>


이글은 1972년 신동아 3월호에 기재된 글의 일부이다. 리영희 선생님의 염려되로 남한의 지배세력은 오랫동안 흑백의 양단식 논리로 국민들의 사고를 억압했었다. 지배세력의 독재에 맞서는 합리적 비판과 저항들은 모두 빨간색으로 덧칠해졌다. 그리고 국민들은 그런 지배세력의 가치관과 이념에 순응해었다.

 

세월은 흐르고 국민들의 의식도 민주적으로 변모했다. 사회 성원들은 의식세계나 현실세계에서 획일주의적 요소를 많이 몰아낸 듯하다. 그러나 2010년 현재 지배세력의 의식은 아직 흑백논리로 일체를 양단해버리는 것같다. 자신들의 비판세력을 모두 좌파로 몰아버리고 이번 6.2지방선거에서 북풍을 일으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사회는 요소요소에서 민주적 향기가 진동하는데 현재 남한의 지배세력의 뇌구조는 1972년 리영희 선생님의 염려가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